검사, 정부 전복 기도 혐의 체포 계기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터키의 친(親)이슬람 정부와 세속주의의 핵심 기관 중 하나인 검찰이 정부 전복 기도 혐의로 검사가 체포된 것을 둘러싸고 극한 대립에 빠졌다.
17일 아나톨루 뉴스통신 등 터키 언론매체에 따르면, 양측 간 대립은 검사 한 명이 전날 이른바 '에르게네콘(Ergenekon)' 연루 혐의로 체포된 데서 비롯됐다.
'에르게네콘' 혐의란 극렬 세속주의 세력이 극우파 네트워크인 에르게네콘을 조직,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이끄는 친 이슬람 정부인 정의개발당(AKP) 정부를 전복시키려 했다는 혐의다.
지난해 이후 퇴역 장성, 군소 정당 당수, 언론인, 변호사, 교수 등 수백 명이 에르게네콘에 연루된 혐의로 체포돼 재판받고 있다.
그러나 검찰과 군부를 비롯한 세속주의 세력은, 정의개발당 정부가 '에르게네콘' 연루자의 대대적 검거에 나선 배경에 의혹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검찰과 군부가 2008년 정의개발당의 해산을 헌법재판소에 요청한 것에 대한 보복이자 세속주의 세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
지난 16일 검사 한 명이 에르게네콘 연루 혐의로 체포되자 검찰 수뇌부는 발칵했다. 또 검사 임면권을 지닌 `판검사 최고위원회(HSYK)'는 이 검사에 대한 체포 명령을 내린 검사들이 월권을 저질렀다며 이들의 검사 지위를 박탈하는 등 정부에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정의개발당 소속의 뷸렌트 아른치 국무장관 겸 부총리는 세속주의 검찰이 민주주의에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고 비난했다.
아른치 부총리는 "과거에도 헌법을 개정한 사례들이 있었고 이번 판검사최고위원회 결정 이후에도 다시 헌법 개정이 있을 수 있다. 헌법 개정을 묻는 국민투표는 항상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현 세속주의 헌법의 개헌을 추진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압둘라 귤 터키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법체계 개혁이 시급하다"면서 "터키의 사법체계를 시급히 유럽연합(EU) 표준에 맞게 고쳐야 한다하게 분리토록 돼 있다.
터키는 전체 인구의 99%가 이슬람교도이면서도 '국부'인 케말 무스타파 아타투르크가 수립한 세속주의 전통을 지켜왔다. 헌법도 정치와 종교의 엄격한 분리토록 하고 있다.
2002년 총선을 통해 집권한 정의개발당은 친 이슬람 정책을 추진하면서 세속주의 핵심 세력인 군부, 검찰 등과 마찰을 빚어 왔다. 정의개발당 정부는 여러 차례 개헌을 추진했으나 세속주의 세력은 친 이슬람 국가로 만들려는 시도라며 거세게 반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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