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재안 놓고 북.미 선택 고심하는 듯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가속화되는 6자회담 재개 흐름의 이면에서 북.미간 막판 줄다리기가 펼쳐지고 있다.

중재역에 나선 중국을 사이에 두고 평양과 워싱턴이 회담재개 수순과 형식을 놓고 고도의 신경전을 주고 받고 있다는게 소식통들의 관측이다.

일단 6자회담 조기재개라는 '총론'에는 북.미간 공감대가 확립돼있다는게 외교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24일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미.중간 협의 직후 "우리 모두가 최대한 빨리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며 '모두'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런 맥락이라는 풀이다. 드러나있지는 않지만 북한이 최근 중국에게 회담 조기재개에 동의했음을 확인하는 의미가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외교가가 보다 의미있게 보는 대목은 '강경조건'을 내걸었던 북한의 태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점이다. 방중일정을 마치고 전날 저녁 귀국한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회담재개에 대해) 약간의 진전된 흐름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태도변화는 최근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방중을 계기로 한 북.중협의의 결과물로 보인다.

북핵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은 25일 북한이 6자회담 재개조건으로 제재해제를 요구한데 대해 중국측은 '유엔의 결정'이라는 현실적 이유를 대며 난색을 표하자 이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북한은 "회담에 나갈 수 있는 체면을 차리게 해달라. 6자회담이 5대 1구도가 된 상황에서 다시 나가기 어렵다"며 '명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또다른 조건인 평화협정 회담개최 문제를 놓고 중국이 재량권을 발휘해 6자회담과 병행하는 쪽으로 북.중이 의견을 접근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6자회담 조기재개 쪽으로 '긍정적 흐름'이 형성되고 있지만 문제는 '각론'에 해당하는 회담재개 수순과 형식이다. 이는 향후 전개될 회담의 내용을 사실상 좌우한다는 점에서 북.미 모두 선선히 물러설 수 없는 사안이다.

무엇보다도 평화협정 회담이 회담재개의 핵심적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은 북한의 요청을 받아들여 6자회담과 동시 또는 직전에 평화협정 회담을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어떤 식으로든 평화협정 4자회담을 통해 '2(북.중) 대 2(남.미)' 구도를 형성시킴으로써 5대1의 6자회담 역학구도를 희석시키려는 의도를 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미국은 비핵화가 진전된 이후 평화협정을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 스탠스를 최대한 고수하려는 의지가 강해보인다는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북.미 추가대화 여부도 쟁점이다. 북한은 1대1 양자대화를 희망하고 있고 이를 중국을 통해 미국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계관 부상이 당초 뉴욕 전미외교정책협의회를 통해 추진했던 다음달 3일 방미는 미국측의 불허로 사실상 무산됐으나 북한측은 다시 날짜를 재조정해서라도 방미를 추진하겠다는 의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북한외교의 실세로서 작년 12월 보즈워스 대표와 북.미대화를 가졌던 북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직접 나서는 방안 등을 북한이 미국에 타진했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더이상의 추가 북.미대화는 필요없고 곧바로 6자회담으로 직행(直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6자회담이 열릴 경우 그 테두리내에서 얼마든지 북.미 양자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추가 북.미대화를 허용할 경우 북한에 6자회담 새판짜기 흐름의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전략적 측면과 미국 조야의 보수파에게 비판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정치적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북.미간의 줄다리기는 앞으로 6자내부의 연쇄접촉 과정을 거치며 큰 틀의 줄기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5일 오후 보즈워스 대표와 위성락 본부장간 협의와 26일 오후 개최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간 장관급 전략대화가 6자회담 재개흐름의 속도와 방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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