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7 (금)

  • 구름조금동두천 23.7℃
  • 구름많음강릉 27.3℃
  • 구름많음서울 24.2℃
  • 구름조금대전 25.1℃
  • 구름조금대구 27.5℃
  • 구름많음울산 24.9℃
  • 맑음광주 25.2℃
  • 구름조금부산 21.9℃
  • 맑음고창 ℃
  • 구름조금제주 22.6℃
  • 구름많음강화 20.1℃
  • 맑음보은 24.7℃
  • 구름많음금산 25.2℃
  • 구름조금강진군 25.0℃
  • 구름많음경주시 28.5℃
  • 구름많음거제 22.0℃
기상청 제공
월간구독신청

정치

당권 도전에 성공하며 화려하게 돌아온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 새정치민주연합 새 대표에 선출된 문재인 의원이 지난 2월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제1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선이 발표되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문재인 의원이 45.30%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41.78%를 기록한 박지원 의원을 제치고 2년 임기의 새 당 대표로 선출됐다. 3김 시대 이후 대선에서 패배한 후 당권을 쥔 인물로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이후 유일한 셈이다. 벌써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문 대표의 당선을 놓고 유·불리를 따지면서 대권 향보를 주시하고 있다. 문 대표는 당선 소감으로“우리 당의 변화가 시작됐다.”고 밝히면서 박근혜 정부를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문 대표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정치권에 불어올 변화에 대해 알아봤다.

문재인, 그가 걸어온 길
  문재인 하면‘노무현의 비서실장’이란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권변호사 시절부터 이어진 오랜 인연이기도 하지만, 사실 문 대표는 정치권과 선을 그으며 변호사 활동을 이어온 인물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해 청문회 스타가 된 이후에도 부산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을 지내면서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 동의대학교 사건 등을 맡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경상대학교 교수들의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변론은 유명하다. 문 대표는 인권변호사 시절 5년간 변론을 맡아 승소했을 때 수수료가 고작 2백만원이 안 됐다고 한다. 피해자들의 딱한 사정을 고려하면서도 피해자들이 재판과정에서 법을 경시하는 풍조가 생겨날까 봐 노력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시기에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계입문을 제안 받지만 거절하고, 이후에도 정계입문 제안은 계속 되지만, 끝내 거절한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시절 문 대표에게 부산광역시장에 출마를 권유한 사실과 대통령 당선 이후에 변호사 업무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힌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동지이자 대통령의 계속된 구애에 결국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을 지내게 되지만, 1년 만에 건강 악화로 인해 청와대를 떠나게 된다. 그 후 히말라야로 떠난 문 대표는 네팔 산행 중 호텔에서 영자신문을 통해 대통령 탄핵소식을 듣게 되고, 곧바로 귀국해 변호인단을 꾸리며 탄핵사건을 변론하게 된다.

  이후 청와대에 다시 들어가 참여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내게 되는데, 문 대표는 변호사 시절부터 특유의 치밀함이 몸에 배어 치밀한 성격으로 청와대에서 일할 때 받은 스트레스와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잇몸병이 생겨 치아를 10개나 빼고 인공치아를 심은 탓에 약간은 어눌한 말투가 됐다고 한다. 이렇듯 바쁜 와중에도 모든 직원들에게 존댓말을 쓸 정도로 상대방을 예우하면서도 친인척은 물론 동기동창까지 가까이하지 않으면서 주변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상황을 명확히 정리해 보고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으로 문 대표의 존재감은 차츰 잊히는 듯했다. 그러나 2009년 급작스런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19대 총선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돼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른다. 이후 안철수 의원과 단일화를 추진하지만 단일화 과정에서의 문제로 인해 안철수 의원이 대선후보직을 사퇴하게 된다. 이후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폭넓은 지지를 얻게 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 약 100만표 차이로 패배하게 된다. 대선 패배 이후 정계에 복귀하며 대선 패배책임론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대선 재도전의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번에 당 대표로 화려하게 복귀식을 치렀다.

   
▲ 2012년 6월 17일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서울 서대문구 독립공원에서 부인 김정숙 씨와 아들 문준용 씨, 500명의 지지자들 참가한 가운데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을 하고 있다.

앞으로 넘어야 할 험난한 여정
  문 대표는 강력한 대여 공세를 예고하면서도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대여 공세는 우선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민주당의 무기력한 대외 이미지를 회복하고, 서민경제 파탄을 구실로 정부시책의 잘못을 꼬집어 침체된 정국을 주도해 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동시에 대여 공세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당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도 보인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최고위원 등이 지난 2월 9일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을 참배한 뒤 이동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실제적인 경제활성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연말정산 파동과 증세 논란, 건강보험료 백지화 등 서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으로 인해 지지율이 바닥세를 기록하고 있는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판단한 셈이다.“증세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이중의 배신”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직장인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으로 사실상 증세를 해놓고 마치 대통령이 막아내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 이중의 배신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각 세우기는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 참배는 거센 당내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보수층 끌어안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대선에서의 패배가 여야로 양분되어 있는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서 너무나 뚜렷한 한계를 보여주었듯이 진보와 보수를 포용하는 인물로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양당의 지지층에서도 참배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부정적인 의견보다 2~3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행보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도 독보적인 선두로 뽑힐 정도로 대중들의 공감대를 얻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은데, 시간도 너무 많다는 것이 문 대표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2년 동안의 당 대표 재임기간 말고도 대선까지는 1년이라는 시간이 더 남아 있다. 정치현안들을 비롯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도 승리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지난해 새 정치를 표방하며 전격적으로 합당을 선언한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또한 세월호 정국 속에서 표류하다 7.30 재·보궐선거 패배로 물러난 바 있다.

  야권 내 대선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 등도 앞으로의 정치일정 속에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당내 역학구도 변화에도 문 대표가 힘써야 할 문제다. 지금은 친노그룹이 전면에 등장하지 않은 채 문 대표를 지원해주고 있고, 486과 김근태계로 분류되는 김현미 의원과 유은혜 의원을 당대표 비서실장과 당 대변인에 임명하는 등 계파를 초월한 인선을 하고 있지만, 아직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을 뿐 언제 다시 재현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상존해 있는 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비노의 핵심인사로 자리한 박지원 의원과의 관계회복과 비노 진영의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 유력인사들을 어떻게 끌어안느냐 하는 것도 남겨진 숙제다.

   
▲ 새정치민주연합 새 지도부에 선출된 오영식, 주승용 최고위원, 문재인 대표, 정청래, 전병헌, 유승희 최고위원이 지난 2월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제1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손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문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폭주를 막을 것이라며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경제개혁과 증세·복지논란 등 대부분이 여당에서 주도하고 있는 정치 이슈인데, 어떻게 주도권을 가지고 오느냐 하는 것도 문제다. 박 대통령이 증세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어놓은 상태에서 문 대표가 주장하는 소득 주도 성장론과 법인세 정상화, 부자감세 철회를 관철시켜 나가는 것도 문 대표의 정치적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가 제시하고 있는 경제정책 방향이 현 정부와는 다른 것이어서 한동안 국정운영을 두고 정부와의 갈등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동안 잠잠하던 야당이 새 지도부를 갖추고 서민경제를 위한 정치행보를 해나갈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