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대한뉴스] 글 이금주 기자 | 사진 이종백 기자 , 문화재청
집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향수
어느 나라나 그 땅에서 나는 재료를 가지고 그 땅의 기후에 알맞은 집을 짓고 살았다. 집은 단순히 더위와 심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실질적인 역할뿐 아니라 가족이라는 혈연공동체의 끈끈한 연결고리로써 가족을 하나로 묶어내는 정신적인 지주로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예부터 생활의 중심이며 문화의 산실인 집은 그 종류와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한국의 집의 역사는 원시시대에 나뭇가지나 낙엽과 가죽으로 만든 막집에서부터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까지 이엉을 덮어 만든 반지하 움집, 근대의 초가집과 귀틀집, 너와집, 돌담집, 기와집 등 환경에 따라 집의 재료선택이 달랐기 때문에 그 종류가 다양하다.
아날로그적 향수를 가진 기와집
집은 주인의 부나 신분을 나타내기도 하고,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다. 집이 커지면 집의 몸체와 지붕이 커지고, 기와집처럼 기둥도 튼튼해야 한다. 움집과 초가집은 지붕이 짚, 나무 껍질로 만들어져 비와 눈을 맞으면 잘 썩기 때문에 해마다 새로 바꿔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런데 지붕에 기와를 사용하면서 집이 오래 보존되고 보수가 편리해졌다. 그러나 기와가 무겁기 때문에 기와집이 생기면서 사괘 맞춤이나 수평으로 끼워 맞춤, ㄱ자 모양 끼워 맞춤, 주춧돌 등의 기둥이나 뼈대 만드는 기술이 함께 발전하게 됐다.
기와집은 기와로 지붕을 이은 집이다.
보통 참흙으로 만든 검은색 기와를 많이 썼으나 신분이 높은 사람이 거주하는 집은 푸른 유약을 발라 만든 청기와로 지붕을 이기도 됐다.
이런 기와집에는 다락처럼 높게 만든 마루인 누(樓)마루가 있었다. 주로 양반집의 사랑채에 설치했는데, 대청이나 방보다 바닥면을 더 높게 해서 권위를 상징하기도 했다. 대체로 집안의 남자 주인이 학문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손님을 상대하던 장소로 이용됐다.
기와집(양반가옥)은 대체로 짙은 회색의 기와를 얹고 벽에는 흰색을 칠해 이것과 고등색의 나무가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왕궁이나 사찰에 있는 단청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무채색에 가까운데 이는 ‘꾸미지 않는다’는 옛 조상들의 검소했던 선비사상을 보여준다.
기와집에서는 따뜻한 아랫목 이불 속에 넣어둔 고구마단자와 아버지가 먼 길에서 돌아오시면 드리려던 보리쌀 가득 넣은 밥그릇이 보이는 듯하다. 이러한 아날로그적 향수는 가족들과 공유되는 친화와 단란함을 전달한다.
바람이 거친 바닷가와 섬에는 투막집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울릉도에서 눈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집이 투막집이다. 귀틀집으로도 불리는 투막집은 벽에 진흙을 두툼하게 바르고, 지붕에는 억새풀을 촘촘하게 이어 놓는다. 전혀 못을 사용하지 않고 통나무와 나무껍질로만 지은 집이다. 사방을 돌아봐도 창문이 한 군데도 없고 사람이 겨우 드나들 수 있는 방문은 일반 문틀과는 달리 대나무로 엮어 만들었다.
집 둘레에는 싸리나 옥수수대로 울타리(우데기)를 만들어 겨울의 바람을 막는다. 내부의 방은 대개 3칸으로, 부엌이 헛간과 장독을 겸하고 있어 지붕 위에까지 눈이 쌓여 통행이 되지 않아도 집 안에서 식생활을 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만큼 규모가 큰 편이다.
통나무 사이의 벌어진 틈은 진흙에 억새풀을 섞고 물에 반죽하여 메우며, 방바닥엔 대나무를 엮은 돗자리를 깔아 장판을 대용한다.
방은 5~6평쯤 되고 커다란 부엌이 특징이다. 마루가 없는 대신 울타리를 집에 바짝 붙여 놓는데 이것은 찬바람이 방벽에 직접 와 닿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벽을 쌓는 재료는 횡경피나무와 단풍나무, 너도밤나무를 주로 사용하였고, 굴뚝은 질이 단단한 주목 둥치를 잘라 속을 파낸 뒤 세웠으며, 지붕은 고로쇠 나무나 솔송나무 등을 기와 모양으로 빚어 얹었다.
비가 새거나 눈 무게로 내려앉는 일은 있을 수 없을 만큼 튼튼하게 지어져 있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것이 특색이다.
투막집은 그 형태와 크기가 독특하고 바람과 눈이 많은 섬지방의 기후에 잘 견딜 수 있도록 매우 견고하게 지어져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원형대로 보존되고 있다.
한국의 전통을 대표하는 한옥
한옥(韓屋)은 한반도와 만주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발전과정을 거쳐 왔기 때문에 한국의 집을 말할 때 대표성을 가진다. 우리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한옥은 대문과 마당, 부엌과 사랑방, 안방과 마루, 외양간과 화장실, 장독대 등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선의 미학과 풍수의 조화와 아름다운 집의 풍경을 고루 갖추고 있다.
낮은 담을 둘러서 집안을 아늑하게 만들고, 담 밑에 장독대를 만들어 조화를 이뤘다. 지붕의 선과 담, 그리고 문살의 무늬 등에서 민족의 은은한 마음씨와 정겨움을 느낄 수 있다.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전형적인 가옥으로 한옥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여유로움과 포근함은 외국인들에게도 친근한 매력을 준다. 한옥이 주는 평화로운 풍경과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고 기품있는 건축물의 표현양식에서 조상들의 특별한 정성과 지혜가 엿보인다.
집의 기본은 주춧돌과 기둥, 서까래와 벽, 문과 처마, 지붕 등이다. 이러한 집의 구성요소에 따라 집의 구조나 모양과 형태가 독특해지는 경향을 가지고 있으며 집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었다.
한옥은 지붕 모양과 종류도 다양하다. 용마루 부분이 삼각형을 이루는 팔작집, 지붕의 양면이 마주치는 모양의 지붕으로 측면이 개방된 맛배지붕, 네 개의 추녀마루가 동마루에 맞물려 있는 우진각, 추녀마루가 지붕 가운데로 몰린 사각지붕, 추녀의 마루가 여러 가지로 된 다각집, 여섯 개의 기둥으로 여섯 모가 난 육모정 등이 있다.
한옥은 그 구조에서부터 만드는 재료에 이르기까지 자연친화적이다. 집의 기단 등은 돌을 사용하고 기둥과 서까래, 문과 대청바닥 등은 나무를, 벽은 짚과 흙을 섞은 흙벽으로 만들었으며 창에는 역시 천연나무로 만든 한지를 발랐다. 바닥에는 한지를 깐 뒤 콩기름 등을 발라 윤기있게 표현하였다. 문살과 한지로 만든 방문과 창문은 여러 가지 아름다운 모양과 무늬로 독특한 멋을 내었다.
한옥은 마루를 중심으로 그 둘레에 방이 있고, 부엌과 화장실은 마루를 통과하여 갈 수 있거나 별채의 건물에 따로 두었다. 한옥의 마루는 남부 지방에서 처음 생겨 북쪽으로 전해졌다. 남부 지방에서는 여름철 무더운 날씨에 대비하여 방과 방 사이에 바람이 잘 통하도록 마루를 놓았다.
마루는 방들을 연결하는 통로가 되기도 하고 날씨가 몹시 더울 때 주로 생활하던 곳으로, 음식을 먹거나 잠을 자기도 하였으며 가족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가 되기도 하였다.
그저 숨 가쁘게 일상을 지내다보면 감성이 메마르면서 인생이 헛헛해질 때 기자에게 있어 한옥은 일상의 행복충전소 같은 역할을 한다. 한옥의 은근한 멋과 빛바랜 기와장들은 현대의 디지털적 감성에서 벗어나 어린 시절 오솔길을 지나고 높다란 돌계단을 오르내리던 향수를 선물해 준다.
도심 속에서 한옥을 만나기란 쉽지 않지만 간간히 만나게 되면 한옥의 정취에 빠져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한옥이 주는 은근하고 깊이 있는 철학을 가슴으로 느껴보게 된다. 기자는 경인년 새해 소망을 되새기면서 한옥의 멋과 함께 맑고 신선한 숨을 들이키며 새해를 맞이하는 주말산책을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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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0년 1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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