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의 6개 자사고에 대한 지정취소 결정이 내려진 지 18일만에 교육부가 직권으로 서울시교육청의 조치를 취소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대법원에 소송을 내겠다며 맞서고 있어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 지난 10월 31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서울지역 25개 자사고 중 경희고·배재고·세화고·우신고·이대부고·중앙고 등 6개 학교에 대한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를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서울지역 25개 자사고 중 경희고·배재고·세화고·우신고·이대부고·중앙고 등 6개 학교에 대한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밝힌 것이 직접적인 발단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날“자사고 평가에서 기준 점수에 미달된 8개 학교 중 6개교에 대해 2016학년도부터 자사고 지정취소를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당초 지정취소 대상에 포함됐던 숭문고·신일고 등 2개 학교는 2년간 지정취소가 유예됐다. 서울시교육청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해당 학교와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진 가운데 급기야 교육부는 지난달 18일“서울시교육청의 6개교 자사고 지정취소 조치는 교육감의 재량권 남용”이라며 직권취소를 결정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자사고 지정취소는 교육감의 정당한 권한행사”라며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 교육부와 대립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6개교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은 현행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91조의 3에 명시된‘교육감은 5년마다 시·도 교육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학교 운영성과 등을 평가하여 지정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해 이뤄졌다. 단 자사고 지정취소 시 교육부와 협의하도록 함께 규정돼 있는데, 그 해석을 놓고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가 서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지정취소는 해당 교육감의 고유권한인 데다‘협의’의 개념이 상호 간의 논의를 뜻하기 때문에 별다른 구속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교육부는 사실상 사전동의를 의미하기 때문에 서울시교육청의 결정과정 자체에 하자가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조치에 대해 해당 6개교 교장단을 포함한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와 서울지역 자사고 학부모들의 연합체인 자사고학부모연합회가 자사고 지정취소 철회를 촉구했다. 교육부 역시 자사고 6개교에 대한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할 것을 요청하는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서울시교육청은 수용불가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교육부는 지난달 18일‘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한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될 경우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으면 이를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다’는 지방자치법 제169조 1항을 적용, 서울시교육청의 6개교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을 직권으로 취소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역시 지방자치법 제169조 2항의‘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자치사무에 관한 명령이나 처분의 취소 또는 정지에 대해 이의가 있으면 그 취소처분 또는 정지처분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법적 절차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이제 이들 6개교의 자사고 자격유지 여부는 법정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 지난 10월 31일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학부모들이 ‘자사고 폐지 반대’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다. |
자사고, 이명박 정부 도입
그렇다면 자사고가 설립된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 2009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교육과정, 학생선발, 교원인사 등과 관련해 학사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사립고등학교의 모델로 자사고를 도입했다.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하고 학생 재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월성 교육을 실시하며 학교별로 표방한 건학이념을 실현한다는 취지에서다. 자사고는 올해까지 성적기준 상위 50%이내 중학교 3학년생들에 한해 입학신청 자격을 부여하며, 서울지역 자사고는 내년부터 성적 제한 없이 추첨해 정원의 1.5배를 선발한 후 면접으로 최종합격자를 선발할 예정이다. 단 정부의 재정 지원이 없기 때문에 일반고에 비해 등록금이 3배 이상 비싸다. 현재 자사고는 전국에 49개, 서울에만 25개가 설립되어 있다.
이러한 자사고 존폐를 놓고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자사고 존치에 찬성하는 측은 자사고에 성적이 비교적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 면학에 적합한 분위기가 형성되며, 학생들의‘선택의 자유’를 존중해 한층 차별화된 강좌나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제시하고 있다. 또 학교 운영의 자율성이 보장돼 학생들의 특기·적성과 관련된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것도 강조한다. 교실 붕괴에 직면한 고교교육의 현실을 타개하는 데도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자사고가 설립 취지와는 달리 특정명문대학 진학을 위한 국어, 수학, 영어 위주의 입시교육을 펼치는 데다 학부모의 경제력이 입학의 실질적인 요소가 된다는 점을 가리키고 있다. 또한 부유층과 우수학생들의 쏠림으로 일반고 황폐화를 심화시켜 교육서열화를 조장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이제 자사고 문제는 법정에서 기본적인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자사고, 학생 및 학부모를 포함한 온 국민의 눈길이 대법원에 쏠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