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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의사 - 한의사간 의료 갈등

   
▲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 1월 20일 오전부터 서울 이촌동 대한의협회관 앞에 마련된 천막 안에서 보건의료 규제 기요틴에 반대하는 6일간의 단식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월 2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규제기요틴 민관합동 회의’에서 규제기요틴 과제 추진방안이 확정되면서 이원화돼 있던 의사와 한의사간 의료계의 갈등이 시작됐다. 당초 보건복지부에서는 의료계 이원화 체계의 특성과 국민의 요구, 헌법재판소 결정을 고려해 올해 상반기 중 기기별 유권해석을 통해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진단·검사기기를 명문화할 계획을 밝혔다. 문제가 불거지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이 번갈아가며 단식을 벌일 정도로 양쪽 진영의 민감한 사안으로 대두되었다.‘의료상업화 반대’에 한 목소리를 내던 두 집단이 이제 양보 없는 전쟁을 선언했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국민건강을 도외시한 정부의 무면허의료행위 조장”이라고 밝혔고, 대한한의사협회에서는“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의사 단체에서는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피해사례 수집과 그동안 법원 판례 근거와 헌법재판소 결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질세라 한의사 단체 역시 의사들의 진료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의료체계가 이원화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의료 진단기기는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는 민감한 사안일 수 있기 때문에 주요 현안들을 중심으로 양측의 최근 정리된 입장을 들어봤다. 의학계는 지난 2월 개최된 제42차 의료정책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알아봤고, 한의학계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고성규 학과장과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알아봤다.

   
▲ 지난 2월 5일 의사협회에서 개최된‘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서 박광재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이 발표하고 있다.

의학계의 입장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3월 의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의학계는 복지부 한의약정책과의 편향성을 꼬집으면서 단순히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으로 인한 의료계의 피해보다도 한의사들의 비전문적인 지식으로 인해 국민들이 받게 될 불편과 진료비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그 핵심에는 한의사들이 왜 한방 의료기기가 아닌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하는지, 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의료기기 진단을 통해 적합한 치료방법을 찾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한의대 교과과정 중 현대의학을 배우는 과정이 있지만 현대의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17%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문가적인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고, 방사선학도 임상에서 곧바로 적용할 수 있을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수박 겉핥기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아주 간단하고 쉬운 장비처럼 표현하고 있는데, 환자의 질환을 진단하는 데 쓰이는 현대 의료기기는 현대의학적 교육과 임상수련을 통해서 가능하다. 이때 현대의학적 해석이 가능한 자격이 필요하기 때문에 면허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의사 또한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의료인의 영역에 속하지 않지만 동물에 대한 기초수의학과 임상수의학을 교육받은 전문가이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의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없이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이면에는 한의사 역시 한방 의료기기 및 한의학적 진단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한방 의료기기에 대한 불만족과 한의학적 치료효과 기대치가 낮기 때문에 한방 진단기기의 보급률이 평균 50% 이하로 진단기기의 도움을 잘받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방 의료의 낮은 이용률 역시 현대 의료기기 도입을 주장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의료계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실태조사를 근거로 병의원 선호도가 높아진 반면 한방 의료기관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와 한계를 극복하기보다는 객관성과 신뢰확보를 위해 한방과는 관련 없는 현대 의료기기를 활용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현대 의료기기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현재 이원화되어 있는 의료체계를 일원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동시에 이번 규제완화로 인한 모순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먼저, 단기적인 대응방안으로 이원화 상태에서 갈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감성과 형식보다는 이성과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법령과 기본원리에 따라 한의사의 사용을 원칙적으로 규제하되,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의 일반적인 필요성은 인정하면서 안전성, 유효성, 비용 등 사용조건과 논리적 당위성을 강조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기존의 전략을 정비해 의사와 한의사의 의료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개선하는 등 이원화되어 있는 의료체계를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일본식 일원화를 목표로 현재의 기능과 역할을 유지하면서 대학 재학생이  졸업 후 편입으로 복수면허의 기회를 부여하고, 기존 인력 역시 같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은 일정 기간까지만 활용한 후 교과과정 개편 등으로 일원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현실적인 면을 고려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비판하되 거부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사회적 규제 대상인 의료를 경제적 규제로 취급하여 진입규제를 완화하면서 의료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겠다는 정부의 모순된 주장에 대해 비판했다. 의사협회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국민의 건강보호를 강조하면서 의료행위는 안전성, 유효성과 함께 경제성도 담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입장에서 원격진료 역시 벽오지나 응급할 경우 활용될 수 있으므로 원격진료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으나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대면진료가 가능할 경우 원격진료를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고성규 연구부학장 겸 학과장

한의학계의 입장
  대한한의사협회장인 김필건 회장이 14일을 단식하고, 2월 11일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이 방문한 후 단식을 풀었다. 공교롭게도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이 6일간에 단식을 잠정 중단한 직후이다. 대한한의사협회에서는‘이제 남은 건 단식밖에 없다’고 배수의 진을 치고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요구하였고, 김 회장이 단식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면담신청과 공개질의서 답변을 거부하다 장관이 방문하여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약속을 받고 잠정적인 회무복무를 선언하였다. 대한한의사협회에서는 이러한 보건복지부의 일부 관리의 부정적인 입장에 협회 1,000여 명이 관련 공무원의 징계를 요구하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만큼 절실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고성규 연구부학장 겸 학과장은 먼저, 기형적으로 발전해온 우리나라 의료계의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거 일제의 탄압으로 인한 한의사제도가 없어졌다가 해방 후 한의사제도가 부활했는데, 1951년 의료법 입법 당시 이미 일본의 한국의 전통의 것을 모두 없애는 사고를 그대로 이어받은 대표적인 친일적 의료정책으로, 한의사, 양의사, 치과의사가 아닌, 한의사, 의사, 치과의사로 명명함으로써, 의사만이 의사들의 기본적인 보건의료활동을 하게 만들어 독과점적 기득권이 수십 년간 형성되어 온 것이다. 그에 비하면 한의사계는 지난 80~90년대에 한의대가 활성화되기 시작해 이제 2만 한의사 시대에 접어들었을 뿐이라 보건의료의 정책이 이미 의사 중심의 독과점적인 체제로 굳어진 후에 국민의 신임을 받고, 극히 제한된 정책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차이로 정부에서 지난해 규제기요틴 민관합동회의에서 추진하기로 확정한‘국민편의를 위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및 보험적용 확대’를 환영하였으나, 의사협회의 반발로 보건복지부가 유보적인 태도뿐만 아니라, 가장 핵심적인 영상진단 의료기기를 제외하는 방향으로 선회함에 따라 한의계에서는 국민편익과 한의학의 발전을 무시한, 강력한 이권단체인 의사협회의 기기 독과점에 대한 정부의 굴복이라고 판단하여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는 의료계에서 의학계가 가지고 있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찬성한다는 국민들의 바람조차 묵인하고 있는 셈이다.

  과학의 발달로 의료기기가 발전하는 동안 의사들이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을 철저히 봉쇄해 왔고, 한의사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바람에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도 전문적인 현대 의료기기에 대한 각 과목의 교육을 받으면서 6년 동안을 공부하고 정부로부터 의료인의 면허도 받았지만, 의료인인 한의사는 세계의 과학자들이 개발한, 과학문명의 힘인 진단기기를 사용하지 못한 채, 환자를 치료하라는 엉뚱한 현실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환자에게 정확한 진단과 안전한 치료를 하기 위해서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료인으로서 아주 기본적인 요구마저 묵살되었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인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또한 한의사계에서 주장하는 것은 달랐다.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사도 6년의 교육과정만 이수하면 CT나 MRI 등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같은 6년제 한의과대학을 나오고, 한방의 각과, 즉 내과, 부인과, 소아과 등 전문의까지 배출을 하고 있는 한의사만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부당한 논리라고 주장한다. 영상의학과 전공자뿐만 아니라 비뇨기과, 소아과에서도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또한, 한방과 의학의 차이의 분기점은 치료기술로서의 한방과 의학으로 구분되어야지, 과학기술 발달로 인한 모든 혜택을 받지 말라는 것은 억지라는 것이다. 일례로, 한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한방치료를 해야 하지만, 치료를 하기 위해서 과학적인 진단 정보를 위한 도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정보를 얻기 위해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줘야 환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주고, 거기에 적합한 한방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이 지난 1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엑스레이, 초음파 같은 현대 의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도록 허용할 것을 촉구하며 14일간의 단식에 돌입했다.


  진단기기 판독 역시 마찬가지다. 의대 6년 졸업한 후 검사권을 받게 되는데, 본인들이 모를 경우 의뢰를 해 판독 받는 것처럼 한의사가 무조건 마음대로 영상판독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한의사 역시 6년 졸업 후 검사권을 받고 잘 모를 경우 판독을 의뢰하거나 전문가가 필요할 경우 전문분야로 치료를 보내겠다는 것이다.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 불가하다고 주장하는 의사협회의 주장대로 한다면 영상의학과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의사 역시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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