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만km 짜장면 보시에 운천 스님과 함께 하는 차량

입춘이면 우리 민족은 대문 옆에‘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일어나기를 바란다’는 뜻의‘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는 입춘축을 붙였다. 요즘 국민들은 흉흉한 사건·사고의 뉴스를 접하며 마음 아파한다. 계절의 봄은 소리 없이 찾아오듯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봄을 위해 인성을 위한 씨앗을 전파하는 전북 남원의 선원사 운천 주지 스님을 만났다.

보시의 길
  짜장면은 전국 어디서나 배달을 시켜서 간편히 먹을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많은 사람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그러나 짜장면은 우리들의 아버지 세대와 중년에게는 가난한 시절의 추억이 담겨있는 한 끼 식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 2009년부터 짜장면 보시를 시작한 운천 스님은 표고버섯과 멸치, 북어 등을 넣어 육수를 우려내고, 밀가루 반죽은 하루 동안 숙성을 시키며, 야채는 육수를 이용해 쪄내어 교도소와 군부대, 학교 등에서  400회가 넘는 보시 행사로 25만 명분의 짜장면을 차렸다. 이동 거리는 100,000km에 비용만도 10억 원이 넘는다.

이타불이(二他不二) 인연법
  짜장면은 교정시설의 수용자들에게 언감생심일 뿐이다. 자유가 허락된 곳에서는 흔하고 편한 음식이지만 교정시설에서 수용자들이 가장 먹고 싶어 하는 음식 중 하나가 짜장면이라고 한다. 어느 무기수형자는 평생 생이별한 줄 알았던 짜장면을 먹으면서 삶의 희망을 찾기도 하고, 짜장면 한 그릇에 감동하여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보며 반성하고‘출소 후 남을 대접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수용자도 있었다. 짜장면 파티가 열리면 교도소 안에서는 흥겨운 탄성이 나오고, 맛있는 포만감에 행복한 웃음이 메아리친다. 이렇듯 자유가 없는 세상에서 짜장면의 위력은 대단하다. 운천 스님은 수형자들의 눈빛과 마음을 읽으며 보시의 길에 의지와 힘이 솟는다.

수행의 꽃
  운천 스님은 지리산에서 당뇨병과 비만에 좋은 돼지감자를 키워 국우차를 생산·판매하고 수익금 전액을 짜장면 보시에 쏟는다. 부족한 비용은 소규모로 건축자재 납품업을 하는 운천 스님의 친형인 김승윤(56) 씨와 친구인 직장인 박정운(53) 씨가 돕고 있었다. 운천 스님은 불전(佛錢)을 귀하게 여기면서도 두려워한다. “신도들이 보시하는 돈은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으므로 함부로 써서는 안 됩니다. 먹고 싶은 것 안 먹고 아낀 돈과 어렵게 번 돈 그리고 눈물로 만들어진 돈 들이죠. 그런 보시로 모여진 귀한 돈은 좋은 곳에 잘 썼을 때 보시한 분에게 복이 돌아간다고 믿습니다. 짜장면 한 그릇에는 소중한 자유가 들어 있습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자유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죠. 저는 짜장면 한 그릇이 사연 많고 귀한 돈을 내신 분들에게 큰 덕을 드리고, 이 음식을 드시는 분들에게 대가가 없는 순수한 마음을 나누며, 짜장면 보시를 허락해 주신 법무부 교정 당국에서 수고하는 분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운천 스님은 세상의 오만 먼지를 뒤집어쓰면서도 권력이나 부와 같은 여타 세속적인 것들을 툴툴 털어낼 수 있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성직자의 모습이다.

▲ 운천 스님이 만든 짜장면

취재를 마치며
  컴포트 푸드(Comfort Food)라는 표현이 있다. 원래는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음식이나 집에서 먹는 밥처럼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맛과 그리운 음식을 뜻한다. 최근 들어 그 의미가 넓어져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음식, 기분을 바꿔주는 음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달콤한 맛을 가진 초콜릿 같은 간식거리들은 실제로 가라앉은 기분을 달래준다. 물론, 음식이 몸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도 있겠지만,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텅 빈 마음을 채우려는 인간의 마음 작용이 만들어낸 변화이다. 운천 스님의 짜장면은 음식 자체라기보다 마음을 채워주는 위로의 음식이었다.

국우차 주문
0502)337-0108, 063)63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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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63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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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 조계종 남원 선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