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네’는 야은 길재 선생의 명시 구절이다. 올해 공단 50주년 행사가 성대히 치러진 구미시다. 박정희 대통령이 세운 구미공단 수출 탑은 대한민국을 재건한 인걸이 떠났지만 역사의 한 자리를 지켜 무심히 서 있다.
공단50주년을 자축하면서 구미시나 시민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을까. 수출 탑 주변에는 동절기에 말라죽은 잡초만이 무성했다.
대경지역 모 방송사의 기자가 물어 왔다. “이 수출 탑에는 사람들이 들어 설 수 있는 진입로가 없느냐”고 말이다. 부끄러운 이야기다. 이 수출 탑에는 교행 차들을 뚫고 사람이 건너갈 횡단보도도 인도도 없었다.
구미공단50주년 자축 비에는 공단의 역사는 서술해 놓았으나 조국과 민족을 위해 한 시대를 몸 받쳤던 인걸 고 박정희 대통령의 이름 석 자는 눈을 닦고 보아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특히 이 비 에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주역인 구미국가산업단지 50주년의 의미를 되 새기고 미래 100년을 위한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이 비를 세운다’는 비문아래 구미시장 장세용과 산단공 대경지역 본부장 윤정목, 구미상의회장 조정문 3인의 직함과 이름 석 자만이 새겨져 있었다.
과연 시민들은 그 시대 그 인걸의 혼을 지우고 새로운 인물들의 이름 석 자를 새겨놓았다 해서 후대에 그들을 인걸이라 부를까.
봄이 오면 여름이 오고 여름은 가을을 재촉하기 위한 계절이라면 겨울은 당연히 오는 것 그 겨울의 모진 추위에서도 반드시 새 봄은 오리라는 노인의 가르침이 새삼스레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