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허영 국회의원(춘천‧철원‧화천‧양구갑)
(대한뉴스 김기준기자)=최근 독도 조형물 철거 논란에 휩싸인 전쟁기념관이 철거 결정을 ‘경미한 사항’으로 판단, 서면심의로만 의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의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춘천‧철원‧화천‧양구갑)이 전쟁기념관을 관리‧운영하는 전쟁기념사업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쟁기념사업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5월 23일 ‘전시실(내/외부) 환경 개선 동의(안)’을 서면심의만으로 의결했다.
해당 안건은 독도 조형물 외 2개의 설치물을 철거하는 내용으로, 전쟁기념사업회는 운영위원회 서면심의 근거로 운영위원회 내규 제8조(서면심의)*를 명시했다. 하지만 해당 조항에서 서면심의 요건으로 명시한 ‘경미한 사항’에 대한 판단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에 전쟁기념사업회의 임의적 판단으로 서면심의 여부가 결정되는 실정이다.
제8조(서면심의) 심의내용이 경미한 사항이거나, 방역 수칙 준수 등 불가항력의 경우에는 서면으로 심의할 수 있다.
허영 의원은 “독도 조형물은 우리 국토 수호의 정신을 일깨우는 의미가 있는 상징물로, 이를 철거하는 결정이 ‘경미한 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라며, “전쟁기념관은 호국정신을 기리는 공적 공간인 만큼, 이러한 사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 전쟁기념사업회장인 백승주 전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은 올해 4월 18일 회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 만인 5월 18일에 독도 조형물 철거 계획이 담긴 ‘전시실(내/외부) 환경개선 계획 보고’를 결재하였고, 그 후에도 독도 조형물 철거 계획의 재검토 또는 조형물의 재배치를 지시한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백승주 회장은 6월 초 ‘역사왜곡’을 주제로 하는 TV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에서의 잇따른 독도 표기 논란에 관해 논하던 중, “독도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국민이 있다면 한국 국적 버려야 한다”라며, “안 해야 될 실수를 했기 때문에 기강의 문제”라고 말하며 말과 행동의 괴리를 보인 바 있다.
전쟁기념관은 최근의 논란에 대해 해당 조형물이 장기전시에 따른 노후화, 복도 공간에 위치하여 관람 동선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 등을 이유로 개관 30주년과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재정비가 필요해 철거를 계획하게 되었다고 해명하였다. 아울러 기존의 ‘일본의 독도 침탈’ 상설전시는 그대로이며 독도 모형도 보수작업 완료 후 함께 전시할 예정이라고 알려왔다.
하지만 그 후 여당은 한술 더 떠 ‘굉장히 작은 조형물’이라며 독도 조형물의 가치를 평가 절하하는 한편, ‘그렇게 중요한 조형물이었다면 왜 문재인 정부 시기에 좀 더 크고 좋은 위치에 설치하지 않았는지 의아스럽다’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허영 의원이 전쟁기념사업회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해당 조형물은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11월에 기증을 받아 유물로 등록된 후, 2013년 1월부터 2024년 6월 3일 철거 직전까지 12년 동안 같은 위치에서 전시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독도 조형물은 현재 전쟁기념관의 수장고에 격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영 의원은 “윤석열 정부 이후 정부 부처 등 공공기관에서 우리 국토 수호에 대한 관념이 급격히 희미해지는 것 같아 굉장히 우려스럽다”라며, “전쟁기념관은 진정으로 조형물 노후화가 문제라면,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조형물의 보수 또는 신규 구매 등의 방안을 적극 강구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